사족·이족·휴머노이드가 같은 방식으로 걷는 이유: 구동기와 학습의 공동 설계
디든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과 이족보행 플랫폼, 그리고 휴머노이드는 같은 방식으로 걷는 법을 배운다. 셋 모두 같은 자체 구동 모듈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하나의 학습 파이프라인 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구동기의 물리적 특성(백래시, 마찰, 전류-토크 관계 등)을 정량적으로 측정해 학습에 반영하는 하드웨어와 학습의 공동 설계다. 산업 현장을 위한 피지컬 AI 기업 디든로보틱스의 구동 플랫폼 설계 노트.

디든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과 이족보행 플랫폼, 휴머노이드는 같은 방식으로 걷는 법을 배웁니다. 세 로봇의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자체 구동 모듈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하나의 학습 파이프라인 위에서 움직임을 익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디든로보틱스가 하드웨어를 먼저 완성한 뒤 학습을 나중에 얹는 것이 아니라, 구동기 설계와 로봇 학습을 처음부터 하나의 문제로 놓고 풀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드웨어와 학습을 함께 설계한 덕분에, 하나의 플랫폼과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여러 형태의 로봇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자체 구동기가 어떻게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설계된 하나의 구동 스택이 어떻게 여러 형태의 로봇으로 이어지는지 정리했습니다.
시뮬레이션과 실제 현장의 차이
산업 현장의 보행 로봇은 대부분 시뮬레이션 안에서 걷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 수천, 수만 번의 가상 시행으로 최적의 동작을 익힌 뒤, 그 정책을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시뮬레이션에서 배우고 현실로 옮기는 방식은 이제 산업용 사족·이족 로봇의 표준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 정책을 실제 로봇에 적용할 때 나타납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잘 걷던 로봇이 정작 현장에서는 걸음이 흔들리는 일이 잦은데, 시뮬레이션이 상정한 로봇과 실제 로봇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시뮬레이션과 실제 로봇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sim-to-real gap이라고 부르며,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실제 로봇을 제어하는 데 핵심 과제입니다.
격차를 좁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알고리즘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시뮬레이션 속 로봇을 실제와 더 비슷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디든로보틱스가 주목한 것은 두 번째입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로봇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구동기였습니다.
격차는 구동기에서 갈린다
시뮬레이션과 실제의 차이는 여러 곳에서 생기지만, 학습된 보행 정책을 실제로 흔드는 차이는 대부분 관절을 움직이는 구동기에서 비롯됩니다. 그중에서도 학습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물성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백래시: 기어 사이의 유격
백래시는 맞물린 기어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유격입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관절이 명령한 각도로 곧바로 움직인다고 보지만, 실제 기어에는 유격이 있는 만큼 명령과 실제 움직임 사이에 작은 어긋남이 생깁니다. 이 어긋남은 보행 중 발 위치나 접촉 타이밍에 영향을 주어,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움직임이 실제 로봇에서는 다르게 나타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마찰과 역구동성: 관절의 반응
역구동성은 외부에서 힘이 가해질 때 관절이 부드럽게 되밀리는 성질입니다. 학습 기반 보행 정책은 발이 지면에 닿는 충격이나 예상치 못한 외력에 관절이 유연하게 반응한다고 전제하고 동작을 만듭니다. 그런데 마찰이 크고 역구동성이 낮은 구동기는 이 반응이 상대적으로 뻣뻣해서, 시뮬레이션이 기대한 만큼 힘을 흘려보내지 못합니다.
토크 응답과 기구부 처짐: 개체마다 다른 값
같은 모터 모델이라도 개체마다 토크를 내는 특성이 조금씩 다르고, 알루미늄 기구부는 무거운 하중을 받으면 미세하게 처집니다. 이런 값은 사양서의 이론값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두 요소에 대응하는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토크 응답은 개체별로 측정해 시뮬레이션에 반영하고, 기구부 처짐은 시뮬레이션에 직접 반영하기보다 강성을 높이는 설계로 대응합니다.
많은 기업들은 시판 구동기를 사서 조립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조립하면, 이 물성들을 사양서의 이론값으로만 알 수밖에 없습니다. 개체마다 다른 실제 값을 모른 채 시뮬레이션을 구성하면, 그 위에서 학습한 정책은 결국 자신이 모르는 물성 위에서 걷는 셈이 됩니다. sim-to-real gap은 바로 이 지점에서 벌어집니다.
하드웨어와 학습을 함께 설계한다
물성을 통제하려면 먼저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측정하려면 구동기를 직접 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디든로보틱스가 구동기를 자체 설계·제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디든로보틱스의 자체 구동기는 모터, 기어, 프레임, 모터 드라이버, 전선을 하나로 통합한 일체형 중공형 구동기입니다. 외부에서 부품을 사 모아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요소를 처음부터 자체 제작해 조립한 뒤 품질 테스트까지 직접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디든로보틱스가 자체 설계·제작한 중공형 구동기. 학습에 필요한 물성을 설계 단계부터 확보한다.
구동기를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개체마다 실제 물성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백래시가 얼마인지, 마찰과 역구동성이 어떤지, 토크 응답과 처짐이 어느 정도인지 하나하나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사양서의 이론값이 아니라 눈앞의 구동기가 내는 실제 값을 손에 쥐는 것입니다. 이렇게 확보한 측정값이 있으면 시뮬레이션을 실제에 가깝게 맞출 수 있고, 그 위에서 학습한 정책도 실제 로봇으로 옮겨졌을 때 안정적으로 작동합니다.
이것이 디든로보틱스가 말하는 하드웨어와 학습의 공동 설계입니다. 구동기를 학습과 무관한 부품으로 두고 나중에 제어를 얹는 것이 아니라, 학습이 필요로 하는 물성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한 뒤 그 물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구동기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학습에 필요한 물성을 남긴다
어떤 구동 방식을 고르느냐는 학습과 동떨어진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학습의 성패와 맞닿아 있습니다. 구동 방식에 따라 학습에 필요한 물성이 살아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디든로보틱스가 구동기 설계의 출발점을 회전 구동기와 유성기어의 조합으로 잡은 데에도 이런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는 리니어 액추에이터라는 또 다른 방식도 널리 쓰입니다. 디든로보틱스가 택한 회전 구동기와는 다른 접근입니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도 특히 하체 관절에 이를 택한 업체들이 있습니다. 리니어 액추에이터란 회전 모터의 회전 운동을 볼-스크류나 롤러-스크류로 직선 운동으로 바꿔, 사람의 근육과 비슷한 방식으로 관절을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협소한 공간에서도 높은 감속비를 쉽게 얻을 수 있고, 하중 경로가 직관적이며, 모터를 관절축에 두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로봇 구동기 설계의 관점에서 보면 볼-스크류 구조의 약점도 함께 드러납니다. 관절 각도에 따라 모멘트암이 달라지고 링크 구조에 따라 관절 가동 범위가 제한될 수 있으며, 부품 수가 늘어나 제작 단가도 빠르게 오릅니다. 게다가 철판 환경을 이동하는 로봇에서는 자석발이 붙는 순간의 충격에도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즉, 리니어 액추에이터는 기성품 의존도를 높이고, 현 시점에 자체 제작하기에는 난이도와 비용이 크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회전 구동기와 유성기어의 조합은 다른 균형을 보여줍니다. 유성기어는 약간의 백래시를 허용하는 대신 강한 충격을 견디고, 상대적으로 높은 역구동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자석이 바닥에 붙는 순간의 충격을 매일 받아 내야 하는 다리와 하체 관절에는 바로 이 강건성이 먼저 필요한데, 여기에 더해 학습 정책이 필요로 하는 되밀림 특성까지 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두 방식은 산업 현장에서 나란히 쓰이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정답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디든로보틱스가 회전 구동기와 유성기어, 자체 중공형 모듈의 조합을 택한 것은, 이 조합이 산업 현장 조건을 먼저 만족시키면서 학습에 필요한 물성까지 함께 남긴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측정값을 시뮬레이션에 담는다
설계 단계에서 필요한 물성을 남기고 제작한 구동기에서 그 물성을 측정하고 나면, 마지막 단계에서는 이 측정값을 시뮬레이션에 담습니다.
디든로보틱스는 자체 구동기에서 백래시, 마찰과 역구동성, 토크 응답을 정량적으로 측정해 시뮬레이션에 반영합니다. 개체마다 값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이상적인 값이 아니라 실제로 관측되는 범위를 그대로 시뮬레이션에 담아내고, 정책이 그 범위 안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학습시킵니다. 시뮬레이션이 이론값이 아니라 실제 구동기의 거동 위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그 위에서 학습한 보행 정책은 실제 로봇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합니다.
디든로보틱스의 공동 설계는 이렇게 하나의 순환을 이룹니다. 먼저 학습이 필요로 하는 물성을 파악해 그 물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구동기를 설계하고, 제작한 구동기에서 실제 물성을 측정합니다. 그 값을 시뮬레이션에 넣어 정책을 학습시키고, 학습한 정책을 다시 실제 로봇에서 검증합니다. 이 과정에서 구동기와 학습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의 고리로 묶여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걷는 법을 배우는 로봇들
이 순환은 곧 하나의 학습 파이프라인이 됩니다. 디든로보틱스의 학습·제어 파이프라인은 강화학습과 모델 기반 제어를 함께 사용해 다리 달린 로봇의 보행을 구현합니다. 로봇은 구동기의 실제 거동을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에서 보행 정책을 학습하고, 그렇게 학습한 정책이 실제 로봇에 옮겨집니다.
로봇이 모르는 세 가지
학습 기반 제어는 규칙으로 일일이 적어 내리기 어려운 동작을 로봇이 스스로 찾아가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정작 로봇은 자신이 놓인 세계를 완전히 알지 못한 채 출발합니다. 무엇이 좋은 보행인지(보상), 실제 환경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동역학),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상태)를 정확히 모른 채 학습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동역학을 모른다는 문제가 앞서 다룬 구동기 물성과 곧바로 이어집니다. 학습팀은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실제 값을 측정해 시뮬레이션에 반영하는데, 철판의 마찰계수, 자석발의 힘과 그 변화, 그리고 관절 구동기의 유격(백래시)이 그 대상입니다. 결국 구동기의 물성을 측정해 시뮬레이션에 반영하는 일은 하드웨어팀만의 몫이 아니라, 학습을 실제 로봇으로 옮겨 놓는 학습팀의 설계이기도 한 것입니다.
보상과 상태를 모른다는 문제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무엇이 좋은 보행인지는 현장 테스트와 사람의 판단을 반영해 보상을 조금씩 다듬어 가고, 한 번에 익히기 어려운 동작은 쉬운 것부터 시작해 난이도를 점차 높여 학습시킵니다.

사족보행 로봇의 Adaptive Gait Period(왼쪽)와 Curriculum Learning(오른쪽) 시뮬레이션
두 단계로 배우는 학습 과정
시뮬레이션이 실제에 가까워져도, 가장 어려운 지형에서는 순수 강화학습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좁은 통로를 지나거나 높은 보강재를 넘는 동작은 무엇이 잘한 것인지를 보상으로 적어 내리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디든로보틱스는 학습을 두 단계로 나눕니다.
먼저 모델 기반 제어로 그 장애물을 통과하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동작을 계획합니다. 그렇게 얻은 경험은 강화학습에 다시 활용되며, 모델 기반 제어로 얻은 동작을 잘 추종할수록 높은 보상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로봇이 학습됩니다. 이를 모션 추종 강화학습이라 부릅니다.

시뮬레이션 속 이족보행 플랫폼(왼쪽)이 미리 만들어 둔 참조 동작(오른쪽)을 따라 걷는 모습. 모델 기반 제어로 만들어 둔 동작을 잘 따라갈수록 높은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학습이 이뤄진다.
또한 이 학습 환경에 외란 등 다양한 상황을 주입하여 로봇이 실제 상황에서 모델 기반 제어보다 강건하게 동작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모델 기반 계획과 강화학습은 서로 경쟁하는 대신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묶입니다. 이 방식은 사족 보행 로봇에 실제로 적용해 검증했습니다.

강한 외력을 받는 상황에서도 사족보행 로봇이 보강재(론지)를 넘어가는 모습. 학습 환경에 외란을 함께 주입하면, 로봇은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힘을 받아도 걸음을 잃지 않는다.
여기서 공동 설계가 다시 한번 진가를 드러냅니다. 파이프라인이 이론값이 아니라 자체 구동기의 실측 물성 위에서 돌아가도록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새로운 형태의 로봇을 학습시킬 때, 하드웨어의 물성을 처음부터 다시 파악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족에서 같은 구동 모듈의 물성을 한 번 확보해 두면, 그 값을 이족과 휴머노이드의 시뮬레이션에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달라지는 것은 몸의 형태와 관절 배치일 뿐, 그 관절을 움직이는 구동기는 같은 모듈입니다. 한마디로 하나의 핵심 기술 스택 위에서 몸만 바꿔 끼우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공유되는 것과 몸마다 달라지는 것을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형태가 공유하는 것은 구동기 모델과 학습 인프라, 즉 시뮬레이션 환경과 보상 구조입니다. 반면 걸음걸이나 균형 제어처럼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은 각 로봇에 맞게 새로 설정합니다. 정리하면 같은 근육과 같은 학습 방식을 공유하되, 걷는 방법 자체는 몸에 맞춰 익히는 것입니다.
한 파이프라인을 공유하면 생기는 강점들
구동 모듈을 공유하는 범위는 다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휴머노이드도 손을 제외한 전 구동기를 자체 개발해 같은 설계 원칙 위에 올립니다. 이렇게 같은 구동 모듈과 학습 파이프라인을 여러 형태의 로봇이 공유하면 세 가지 강점이 생깁니다.
1. 개발 속도
한 플랫폼에서 검증된 구동기는 다른 플랫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그 구동기에 맞춰 둔 학습 파이프라인도 함께 따라갑니다. 실제로 디든로보틱스는 이족보행 플랫폼을 자체 하드웨어부터 두 발 보행까지 약 3개월 만에 완성했는데, 이는 사족에서 이미 검증된 구동기와 그 위에서 다진 학습·제어 경험을 그대로 활용한 결과입니다. 구동기와 시뮬레이션 환경을 처음부터 다시 준비할 필요가 없으니, 새로운 로봇 개발은 형태에 맞는 동작을 익히는 데 힘을 실을 수 있습니다.
2. 양산 효율
여러 형태의 로봇이 같은 핵심 부품을 공유하면, 부품 수급·생산과 품질 검증이 한 라인에서 이루어집니다. 세 종류의 로봇을 서로 다른 부품으로 따로 만드는 것보다 양산 비용이 줄어듭니다. 로봇 한 대에 12개가 넘는 구동기가 들어가는 만큼, 부품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사업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3. 시뮬레이션과 실제의 정합
앞서 설명한 공동 설계의 순환은 하나의 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모듈을 쓰는 여러 형태에 함께 작동합니다. 구동기 하나의 물성을 정량적으로 확보해 두면, 그 값을 사족과 이족·휴머노이드의 시뮬레이션에 함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몸이 늘어날 때마다 물성 파악과 시뮬레이션 세팅을 처음부터 다시 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점은 실제 산업 현장에는 상황에 따라 여러 형태의 로봇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족은 고중량 운반에 유리하고, 이족은 사람을 위해 설계된 통로와 사다리, 계단을 그대로 활용하는 데 유리합니다. 그래서 사족보행 로봇은 자석발로 철판 환경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무거운 작업 장비를 나르고, 이족보행 플랫폼과 휴머노이드는 좁은 통로를 지나 사람의 자리에서 작업을 수행합니다. 같은 구동 모듈과 같은 학습 파이프라인이 이 서로 다른 몸들을 모두 떠받치는 것입니다.

격벽과 보강재, 액세스홀이 반복되는 산업 환경에서 사족 및 이족보행 로봇이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그린 컨셉 렌더링
검증된 수치와 남은 과제
같은 구동 모듈이 여러 몸을 감당하려면, 구동기 한 개의 성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디든로보틱스의 자체 구동기는 387Nm의 최대 순간 토크를 구동기 자중 2kg 이내에서 발휘하며, 최대 순간 토크 밀도는 194Nm·kg⁻¹에 이릅니다. 토크 밀도는 같은 무게에서 만들어내는 토크의 양으로,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이동·작업하는 산업용 로봇의 구동기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지표 중 하나입니다.
다만 기어비를 높이면 토크는 오르지만 각속도는 낮아지는 상충 관계가 있어, 이 지표 하나만으로 우열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고중량을 운반하는 용도의 로봇에게 특히 중요한 이 지표를 기준으로 보면, 디든로보틱스의 구동기는 글로벌 시판 구동기들과 비교한 차트에서 최상위권에 자리합니다.
이 성능은 실제 하중으로도 확인됩니다. 디든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는 30kg의 상자를 들어 올렸고, 사족보행 로봇은 10kg이 넘는 협동로봇(코봇)을 등에 업은 채 추가로 40kg을 견인했습니다. 게다가 구동기는 초기 모델에서 한 세대 진화하며 부피가 약 6% 줄고 토크 밀도가 약 14% 높아졌습니다. 더 작은 부피에서 더 큰 힘을 내게 되면서, 사족보행 로봇은 같은 가반하중을 더 가벼운 다리로 감당하고, 이족보행 플랫폼은 사람이 다니는 통로에 맞는 폭의 다리로도 무거운 장비를 짊어질 수 있게 됐습니다.

30kg의 장비를 짊어진 채 걷는 휴머노이드. 들어올리는 것과 짊어지고 걷는 것은 구동기에 걸리는 부담이 다르다.

협동로봇을 등에 업은 사족보행 로봇이 중량물을 견인하는 시험 장면. 같은 구동 모듈이 실제 하중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내는지 확인한다.
이 성능과 학습은 사족보행 로봇에서 이미 세계적인 조선업 국가인 한국의 주요 조선사 현장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시연이 아니라 실제 산업 환경에서 이동과 작업이 이루어지는 단계입니다. 물론 남은 과제도 분명합니다. 측정값을 시뮬레이션에 담아도 잔여 격차는 남고, 그 격차를 좁히는 일은 계속되는 숙제입니다. 또 토크 밀도가 각속도와 상충 관계를 안고 있듯이, 유성기어가 허용하는 백래시도 정밀한 작업이 필요한 부위에서는 따로 다뤄야 합니다. 디든로보틱스는 이런 부분을 다음 세대 설계에 반영해 가고 있습니다.
한 스택에서 여러 몸으로
디든로보틱스가 구동기부터 학습까지 하나의 문제로 묶어 온 이유는 분명합니다. 산업 현장에서 매일 쓰이는 로봇은 결국 그 보이지 않는 토대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구동기는 로봇의 가장 깊은 곳에 있어 사용자가 그 존재를 의식할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한 부품이 받쳐 주지 못하면, 그 위에 쌓아 올린 보행 제어, 자기 위치 추정, 환경 인식이 함께 흔들립니다.
사실 구동기의 물성을 측정하는 일 자체는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디든로보틱스의 차별점은 학습이 필요로 하는 물성을 나중에 측정해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부터 그 물성을 갖도록 구동기를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측정은 그 설계가 맞았는지 확인하는 마지막 단계일 뿐입니다.
디든로보틱스는 하나의 구동 스택과 하나의 학습 파이프라인 위에서 사족과 이족, 휴머노이드로 몸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로봇을 빠르게 더할 수 있다는 것은, 산업 현장의 새로운 작업을 그만큼 빠르게 자동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드웨어와 학습이 따로 발전하지 않고 하나의 고리 안에서 함께 진화할 때, 산업 현장에서 사람이 해 오던 작업을 로봇이 이어받는 폭도 함께 넓어집니다. 산업 현장을 위한 피지컬 AI 기업 디든로보틱스가 구동기와 학습을 함께 설계하는 이유입니다.
DIDEN Spider

사족보행 로봇 Spider가 철제 격벽의 액세스홀을 통과하는 모습. 같은 구동 모듈이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채 철판 환경을 오르내리는 몸을 떠받친다.
DIDEN Walker

이족보행 플랫폼 Walker가 철제 구조물 위에서 매니퓰레이터로 작업하는 모습.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좁은 공간과 작업 위치에 그대로 접근한다.
DIDEN Humanoid

두 발로 걷는 Humanoid. 사족로봇에서 검증한 구동 모듈과 학습 파이프라인이 사람 형태의 몸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