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든로보틱스가 구동기부터 직접 만드는 이유

디든로보틱스는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로봇의 근육에 해당하는 부품인 구동기(actuator) 부터 직접 설계·제작한다. 30kg 안팎의 용접 장비, 자석발이 만드는 강한 충격, 좁은 액세스홀, 그리고 한 대가 아니라 수십·수백 대로 양산되어야 한다는 사업적 현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시판 구동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사족 보행 로봇과 이족 보행 플랫폼은 같은 자체 구동기 모듈을 토대로 함께 만들어졌다. 산업 현장을 위한 Physical AI 기업 디든로보틱스의 구동기 설계 노트.

DIDEN Robotics' in-house actuator

디든로보틱스의 사족 보행 로봇과 이족 보행 플랫폼은 같은 자체 구동기 모듈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시판 구동기를 골라 조립하는 대신, 산업 현장 조건을 기준점으로 삼은 사양의 구동기를 직접 설계·제작했기 때문입니다.

산업 현장의 로봇 구동기는 단순히 무게만 버티는 부품이 아닙니다. 30kg 안팎의 장비, 자석이 바닥에 붙는 순간마다 발끝에 가해지는 충격, 사람 한 명이 겨우 통과하는 좁은 액세스홀, 그리고 결국 수십·수백 대로 양산되어야 한다는 사업적 현실까지. 이 모든 조건을 결국 로봇의 근육에 해당하는 부품인 구동기(actuator)가 받아내야 합니다.

이 글은 디든로보틱스가 구동기를 자체 설계·제작하여 산업 현장에 가장 적합한 로봇을 구현하는 과정에 대한 설계 노트입니다.

산업 현장의 구동기가 풀어야 할 네 가지 조건

산업용 로봇 구동기는 일반 로봇 구동기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네 가지 조건을 한번에 충족해야 합니다. 

  1. 무거운 장비를 들 수 있는 힘 — 산업용 용접 로봇은 와이어 피더기만 해도 30kg 내외의 하중을 짊어져야 합니다. 여기에 토치와 매니퓰레이터를 포함하면 약 16kg이 추가됩니다. 이를 모두 합치면 로봇 한 대가 등에 지는 무게가 사람 한 명에 가까워집니다. 그만큼 다리 한 개에 걸리는 토크는 평지 보행 로봇보다 훨씬 높아집니다. 여기에 더해 이족 휴머노이드의 경우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동안 전신을 핸들링해야 하기 때문에, 다리와 팔 관절에 걸리는 토크가 훨씬 커집니다. 

  2. 자석발이 만드는 충격을 견디는 강건성 — 철판으로 된 산업 환경을 자유롭게 이동하기 위해 자석발을 사용하는 로봇은, 자석이 바닥에 붙는 순간 발끝이 바닥을 강하게 두드립니다. 이 충격이 매 걸음 모터와 감속기까지 전달됩니다.

  3. 좁은 통로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 — 산업 현장의 작업 공간은 사람 한 명이 겨우 통과하는 액세스홀과 격벽을 지나야 합니다. 다리 길이도 몸통 크기도 한정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갈 구동기 또한 부피가 작아야 합니다.

  4. 양산 가능한 단순한 구조 — 로봇 한 대에만 12개 이상의 구동기가 들어갑니다. 부품 수가 많고 가공이 복잡할수록 단가가 오릅니다. 한 대만 만들 때는 괜찮아 보일 수 있어도, 양산을 시작하면 이는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됩니다.

이 네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시판 구동기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30kg 안팎의 연속 가반하중이 가능한 팀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도 아직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시판 구동기 중, 디든로보틱스가 원하는 토크와 강성, 그리고 내구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모델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결국 디든로보틱스는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 자체 구동기를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워스트 케이스부터 거꾸로 사양을 잡는다

디든로보틱스의 사족 보행 로봇이 거미 형태인 이유는, 가장 가혹한 상황에서 출발해 사양을 거꾸로 좁혀 갔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족 로봇이 채택하는 ‘포유류 형태’로는 풀리지 않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설계는 로봇이 일할 공간을 먼저 그리는 일에서 출발했습니다. 디든로보틱스는 ‘격벽으로 둘러싸인 좁고 밀폐된 블록 내부에서, 30kg에 가까운 장비를 짊어진채 이동하며 작업하는 로봇’이라는 컨셉을 가정했습니다. 그 후 워스트 케이스에서 거꾸로 짚어 내려오며 사양을 한 가지씩 잡아 갔습니다.

  1. 첫번째는 토크입니다. 30kg을 짊어진 로봇이 이동하기 위해 한 다리를 들어 올린 순간, 나머지 세 다리가 가반하중을 견뎌야 합니다. 그 자세에서 각 다리의 모터가 30kg을 어떻게 나눠 받아야 하는지, 가장 부담이 큰 모터에 필요한 토크가 얼마인지 계산합니다. 이 수치가 구동기 사양의 하한선이 됩니다.

  2. 두 번째는 다리의 길이였습니다. 격벽 사이에는 성인 허벅지 높이의 보강재(론지)가 일정 간격으로 자리하고 있고, 로봇은 이 보강재를 넘어 다음 칸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때문에 로봇의 다리 하나 길이는 보강재를 넘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로 설정합니다.

  3. 세 번째는 몸통의 크기였습니다. 작업 공간 사이를 잇는 액세스홀은 사람 한 명이 겨우 통과하는 좁은 통로입니다. 로봇의 몸통 폭은 이 홀을 빠져나갈 수 있는 범위 안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토크와 다리 길이, 몸통 크기까지 모두 정해지면 한 대의 로봇 스케치가 나옵니다. 그 스케치 위에서 사양을 만족하는 구동기를 찾아 나섭니다.

여기서 일반적인 사족 로봇 형태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개나 말처럼 다리가 몸통 양옆에 붙은 포유류 형태의 경우 ‘평지 달리기’에는 유리하지만, 수직벽 위에서 자세를 잡는 순간 모터 일부만 토크를 낼 수 있는 구조적 한계가 생깁니다. 발바닥을 수직벽에 붙이기 용이한 자세를 취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토크를 내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거미 형태는 이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합니다. 다리가 몸통을 둘러싸는 방사형 구조이기 때문에 수직벽 위에서 여덟 개 모터가 모두 토크를 형성할 수 있고, 발바닥이 접촉면에 거의 평행하게 붙습니다. 평지 이동 속도는 포유류 형태가 빠르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빠른 이동보다 무거운 하중과 장애물 극복이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집니다.

포유류형 사족 로봇과 거미 형태 사족 로봇 비교. 거미 형태는 포유류 형태에 비해 더 많은 수의 모터가 수직벽에서의 움직임에 필요한 토크 생성에 기여할 수 있다. 

포유류형 사족 로봇과 거미 형태 사족 로봇 비교. 거미 형태는 포유류 형태에 비해 더 많은 수의 모터가 수직벽에서의 움직임에 필요한 토크 생성에 기여할 수 있다. 

단순한 구조로 강한 충격을 이겨내는 자체 구동기

디든로보틱스의 자체 구동기는 충격에 강한 유성기어 감속기를 일체형 중공형 모듈로 제작한 것입니다. 모터·기어·프레임·모터드라이버·전선까지, 모두 하나의 모듈에 통합된 구조입니다.

여기서 유성기어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 충격에 강하다 — 자석발이 매 걸음마다 만들어 내는 충격은 정밀 보행 로봇이 견뎌야 하는 충격보다 훨씬 강합니다. 정밀하지만 충격에 약한 하모닉 드라이브와 달리, 유성기어는 약간의 백래시(기어 사이의 미세한 유격)를 허용하는 대신 강한 충격을 견뎌 냅니다.

  • 구조가 단순하다 — 부품 수가 적고 가공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양산 단가가 합리적입니다. 12개 이상의 구동기가 들어가는 로봇에서 유지보수의 난도가 낮다는 점은 사업적으로 큰 장점이 됩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얹어, 모터와 기어, 프레임, 모터드라이버, 전선까지 모두 하나의 모듈로 묶고 중공축 안으로 전선이 통과하는 ‘일체형 중공형 구동기’로 제작했습니다. 외부 부품을 모아 조립하는 방식이 아닌, 핵심 요소들을 처음부터 자체 제작·조립하고 품질 테스트까지 직접 수행한 것입니다.

디든로보틱스가 자체 제작한 중공형 구동기는 기어와 프레임, 모터드라이버, 전선이 하나의 모듈에 통합되어 있다.

디든로보틱스가 자체 제작한 중공형 구동기는 기어와 프레임, 모터드라이버, 전선이 하나의 모듈에 통합되어 있다.

가장 빠르게 검증 가능한 답, 회전 구동기 + 유성기어

디든로보틱스 자체 구동기의 출발점은 회전 구동기와 유성기어의 조합입니다. 리니어 액추에이터라는 또 다른 방식도 있지만, 디든로보틱스의 산업 현장에서는 리니어 액추에이터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욱 무겁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리니어 액추에이터는 회전 모터의 회전 운동을 볼-스크류나 롤러-스크류로 직선 운동으로 전환하는 구조로, 사람의 근육과 비슷한 방식으로 관절을 움직입니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의 일부 선두 업체가 하체 관절에 이 방식을 채택했고, 하중 경로가 직관적이며 협소한 공간에서도 높은 감속비를 얻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디든로보틱스가 채택한 회전 구동기와 유성기어의 조합과 비교했을 때, 리니어 액추에이터의 볼-스크류 구조는 자석발 충격에 약하고, 부품 수가 늘어나 양산 단가가 빠르게 올라간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관절 각도에 따라 토크 특성이 변하고 가동 범위도 좁아지며, 역구동성도 떨어집니다.

산업 현장에는 두 가지 방식이 공존하는 만큼,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디든로보틱스는 회전 구동기 + 유성기어 + 자체 중공형 모듈이 산업 현장 조건을 가장 먼저 만족시키면서도, 가장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조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더 작고, 더 강해진 구동기

디든로보틱스의 자체 구동기는 초기 모델에서 한 세대 더 진화하면서, 크기가 약 6% 줄어들고 토크 밀도가 약 14% 더 높아졌습니다. 같은 작업을 더 작은 부피 안에서 더 큰 힘으로 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토크 밀도(같은 무게에서 만들어 내는 토크의 양)는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이동하거나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 로봇의 구동기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표 중 하나입니다. 디든로보틱스의 자체 제작 구동기는 글로벌 시판 구동기들과 함께 비교한 차트 안에서도 최상위권에 자리합니다.

수치 자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좁은 산업 환경 안에서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 로봇 제작이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구동기의 크기는 작아진 동시

에 토크 밀도는 높아졌기 때문에, 사족 보행 로봇은 같은 가반하중을 더 가벼운 다리로 짊어지게 됐고, 이족 보행 플랫폼은 사람이 다니는 통로에 들어맞는 폭의 다리만으로도 무거운 작업 장비를 짊어질 수 있게 됐습니다.

사족과 이족이 같은 근육을 공유한다

디든로보틱스의 사족 보행 로봇과 이족 보행 플랫폼은 같은 자체 구동기 모듈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두 로봇의 형태는 다르지만, 사족의 다리 관절에 들어가는 구동기와 이족의 하체 관절에 들어가는 구동기가 같은 모듈입니다.

같은 모듈을 공유한다는 점은 다음과 같은 강점으로 이어집니다.

  • 개발 속도 — 한 플랫폼에서 검증된 구동기가 다른 플랫폼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디든로보틱스가 이족 보행 플랫폼을 단 3개월 만에 자체 하드웨어부터 두 발 보행 제어까지 완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족에서 이미 검증된 자체 구동기가 그대로 활용됐다는 점이 있습니다.

  • 양산 효율 — 두 플랫폼이 같은 부품을 공유하기 때문에 부품 수급, 생산, 품질 검증이 한 라인에서 이루어집니다. 두 종류의 로봇을 따로 만드는 것보다 양산 비용이 작아집니다.

  • 시뮬레이션과 실제의 정합 — 외부 부품으로 조립한 로봇에는 사양서에 기재된 이론값과 실제 부품의 응답 사이의 미묘한 차이가 늘 존재합니다. 기어에는 사양서에 적히지 않은 미세한 유격이 있고, 알루미늄 기구부는 일정 하중 아래에서 약간씩 처집니다. 자체 제작 구동기에서는 이런 요소들을 정량적으로 측정해 시뮬레이션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위에서 학습된 정책이 실제 로봇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상황에 따라 산업 현장에 두 가지 형태의 로봇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족은 고중량 운반에 강하고, 이족은 장애물 극복에 강합니다. 사족 보행 로봇은 자석발로 철판 환경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무거운 작업 장비를 운반하는 데 유리하고, 이족 보행 플랫폼은 좁은 통로, 사다리, 계단 같이 사람을 위해 설계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는 데 유리합니다. 

같은 자체 구동기 모듈을 적용해 만든 이족 보행 플랫폼의 하체. 자체 구동기를 적용한 직후 두 발 보행에 성공했다.

같은 자체 구동기 모듈을 적용해 만든 이족 보행 플랫폼의 하체. 자체 구동기를 적용한 직후 두 발 보행에 성공했다.

디든로보틱스의 기술적·사업적 토대가 되는 자체 구동기

자체 구동기는 디든로보틱스의 기술적∙사업적 토대입니다. 산업 현장에서 매일 쓰이는 로봇이 되려면, 그리고 그 로봇이 한 대가 아니라 수십·수백 대로 양산되려면, 결국 핵심 부품의 사양과 단가, 강건성과 양산성을 직접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동기는 로봇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부품입니다. 외부에서 보이지 않고, 사용자가 그것의 존재를 의식할 일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한 부품이 받쳐 주지 못하면 그 위에 쌓아 올린 모든 능력 — 보행 제어, 자기 위치 추정, 환경 인식 — 이 함께 흔들립니다. 

산업 현장을 위한 피지컬 AI 기업 디든로보틱스가 구동기부터 직접 만들기로 한 이유는,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로봇이 결국 그 보이지 않는 토대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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