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시연한 적 없는 동작을, 산업용 로봇이 만들어 내는 법

산업 현장의 로봇은 학습 이전에 동작을 먼저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디든로보틱스의 모델 기반 제어, MPC는 동역학으로 움직임을 내다보며 제약조건 안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힘을 찾고, RRT는 어디로 발을 옮길지 미리 그립니다.

강철 구조물 위에서 자석발로 자세를 잡은 사족 보행 로봇
Blog

왜 학습 이전에 동작을 먼저 만들어야 할까?

산업 현장에서 움직여야 하는 로봇의 동작은, 학습을 시작하기 전 '먼저'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사람이 그 동작을 시연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강철 구조물 위를 사족 보행 로봇이 자석발로 이동하는 상황, 조선소 블록 내부의 좁은 통로를 지나거나 성인 허벅지 높이의 장애물을 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물론 로봇의 움직임은 학습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따라갈 동작이 있어야 학습도 가능합니다. 모델 기반 제어는 그 동작을 미리 만들어 두는 역할을 하며, 디든로보틱스의 로봇은 이 모델 기반 제어 위에 학습을 얹는 구조로 움직입니다.

디든로보틱스는 산업 현장을 위한 피지컬 AI 기업이며, 모델 기반 제어는 이를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입니다. 이번 글은 모델 기반 제어를 두 가지 축으로 나눠 설명합니다. 환경의 제약을 수학으로 정의하는 MPC(Model Predictive Control, 모델 예측 제어), 그리고 어디로 발을 옮길지 미리 계획하는 RRT(Rapidly-exploring Random Tree, 랜덤 트리 기반 경로 계획)입니다.

자석발 로봇의 세 가지 환경 제약

자석발 사족 보행 로봇이 산업 현장의 강철 구조물 위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려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풀어야 합니다.

  • 자석 부착력의 한계 — 자석발이 만들 수 있는 부착력에는 상한이 있어, 그 한계를 넘는 힘이 들어오는 순간 발이 떨어집니다.

  • 마찰의 한계 — 마찰에도 범위가 있어, 그 범위를 벗어나면 발이 미끄러집니다.

  • 지지 다리의 종속성 — 세 다리가 자석으로 붙어 있을 때 몸체의 위치와 자세가 결정되면, 세 다리 각각의 관절 값이 역기구학(IK)으로 자동 산출됩니다. 나머지 한 다리(Swing Leg)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 세 조건이 매 순간 충족돼야 자석발 로봇이 강철 구조물 위에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약은 디든로보틱스가 처음 검증한 환경인 조선소 외에도,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강철 구조물이 있는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자석발 사족 보행 로봇 본체와 네 개의 자석발. 부착력의 한계, 마찰의 한계, 지지 다리의 종속성이 매 순간 함께 충족돼야 강철 구조물 위에서 움직일 수 있다.
자석발 사족 보행 로봇 본체와 네 개의 자석발. 부착력의 한계, 마찰의 한계, 지지 다리의 종속성이 매 순간 함께 충족돼야 강철 구조물 위에서 움직일 수 있다.

MPC — 수학으로 가두는 동작

모델 기반 제어의 두 가지 핵심 축 중 하나인 MPC는 환경의 제약을 수학으로 가두는 모듈입니다. 앞서 정리한 세 가지 제약을 수학적 조건으로 모델 안에 넣고, 단순화된 물리 모델로 미래 동작을 예측해, 그 조건을 어기지 않는 동작만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핵심에는 "허용 영역"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석 부착력·마찰·기울어짐의 한계가 만드는 안전한 힘의 영역을 미리 계산해 두는 것입니다. MPC는 매 순간 그 영역 안에서만 동작을 풉니다. 환경의 제약을 동작 계획 안에 미리 가둬 두는 이 방식 덕분에, 사람이 시연해 본 적 없는 환경에서도 로봇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MPC는 몸체에 가해지는 힘을 담당합니다. 매 순간 허용 영역 안에서 몸체가 받을 힘을 결정하는 것이 MPC의 역할입니다. 다만 사족 보행은 MPC 단독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스윙 다리(올리고 있는 다리)를 목표 위치로 보내는 ‘제어’, 발이 붙고 떨어지는 순간을 관리하는 ‘자석 스위칭’이 MPC와 함께 하나의 흐름으로 묶여야 로봇이 강철 벽 위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RRT — 어떤 자세로 좁은 통로를 통과할지 미리 그린다

모델 기반 제어의 두 번째 축인 RRT는 몸체가 어떤 각도로 기울고 어느 다리를 어떤 순서로 들어 올려 좁은 통로를 통과할지, 그 전체 자세의 흐름을 미리 그리는 모듈입니다. 산업 현장처럼 좁은 통로, 사람 키를 넘는 장애물, 벽에서 천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섞인 복잡한 환경에서는, 동작 하나하나보다 전체 경로를 어떻게 그릴지가 더 큰 문제가 됩니다.

RRT는 무작위로 점을 찍어 트리를 키워 나가는 방식입니다. 시작 자세에서 출발해 공간 안에 점을 무작위로 샘플링하고, 가장 가까운 기존 노드에서 그 점 방향으로 한 걸음씩 트리를 뻗어 나갑니다. 그 한 걸음이 장애물에 부딪히면 버리고, 부딪히지 않으면 트리에 새 가지로 더합니다. 공간 전체를 격자로 채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유도가 높은 자석발 사족 보행 로봇에서도 경로를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RRT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좁은 통로처럼 통과 가능한 자세가 극히 드문 환경에서는, 무작위 샘플링이 그 좁은 영역을 우연히 찍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단순한 동작은 1초 안에 풀리지만, 좁은 통로에서는 수십 분이 걸리기도 합니다. 같은 입력이어도 매번 다른 시간이 걸려 로봇이 언제 다음 동작을 시작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실시간 운용에서는 치명적입니다.

속도와 예측 불가능성, 이 두 가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디든로보틱스는 기존 RRT를 두 단계로 확장했습니다.

1단계: 경험 기반 재사용

한 번 풀어 둔 좁은 통로 경로를 라이브러리에 저장해 두고, 이후 비슷한 통로를 만날 때 그 경로를 꺼내 현재 시작 자세에 맞게 변환해 재사용합니다. 처음 한 번은 어렵게 풀어야 하지만, 조선소처럼 같은 구조가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그 경험이 계속 쌓이고 재사용됩니다. 그 결과 좁은 통로에서 40분 가까이 걸리던 경로 계획이 1초 안으로 줄었습니다.

2단계: 충돌 회복 

저장된 경로를 새 환경에 가져오면, 세부 구조가 달라 일부 구간이 장애물과 충돌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충돌 구간을 두 가지 방식이 병렬로 경쟁하며 복원합니다. 하나는 QP(이차 계획법) 기반 최적화로, 충돌한 자세를 수학적 제약 조건 안에서 장애물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충돌 구간만 좁게 재계획하는 국소 RRT입니다. 두 방식은 병렬로 동시에 실행되고, 먼저 끝나는 쪽이 채택됩니다. 이는 단순히 평균 속도를 높이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습니다. QP가 막히는 경우를 국소 RRT가 받아내고, 반대로 국소 RRT가 느린 경우를 QP가 먼저 마무리하면서, 서로의 취약한 경우를 상호 보완합니다.

산업 현장에서 검증된 MPC와 RRT의 결합

MPC와 RRT의 결합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 검증을 마쳤습니다. 디든로보틱스가 사족 보행 로봇으로 첫 검증을 마친 환경은 조선소입니다. 좁은 통로 통과와 통로 안에서의 작업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환경입니다.

검증은 단계적으로 진행됐습니다.

  1. 시뮬레이션 무부하 통과 — 가상 환경에서 적재물 없이 좁은 통로를 통과.

  2. 상용 매니퓰레이터 적재 통과 — 실제 작업 조건에 가까운 적재 상태로 통과 완료.

  3. 더 좁은 규격의 통로 통과 — 가장 최근에 확인된 단계로, 규격이 더 까다로운 환경에서도 통과 완료.

이 단계를 거치는 동안 RRT도 함께 보완됐습니다. 탄성 고무줄처럼 경로 자체를 매끄럽게 당겨 다듬는 ‘후처리’, 양쪽에서 동시에 경로를 키워 탐색 시간을 크게 줄이는 ‘양방향 탐색’, 과거에 풀어 둔 경로를 재활용하는 ‘경험 기반 탐색’, 미세한 충돌이 있는 경로도 살려내는 ‘보강 기법’이 차례로 더해졌습니다. 그 결과 동작을 찾는 시간이 짧아지고, 경로의 품질도 단단해졌습니다.

RRT 원본 경로(왼쪽)와 보강 후 경로(오른쪽). 시작점(S)과 도착점(G)이 동일해도, 탄성 고무줄처럼 경로 자체를 당겨 다듬으면 더 짧고 매끄러운 경로가 만들어진다.
RRT 원본 경로(왼쪽)와 보강 후 경로(오른쪽). 시작점(S)과 도착점(G)이 동일해도, 탄성 고무줄처럼 경로 자체를 당겨 다듬으면 더 짧고 매끄러운 경로가 만들어진다.

로봇에 매니퓰레이터를 실은 상태에서는 충돌 회피 연산이 한층 복잡해집니다. 디든로보틱스가 자체 개발한 가속 알고리즘이 그 연산 시간을 줄여 주면서, 전체 작업 사이클도 함께 줄었습니다. 블록 간 연속 이동도 가능해졌습니다. 한 번 배치한 로봇이 더 넓은 영역을 이동하며 작업할 수 있게 되면서, 로봇을 다시 배치해야 하는 횟수가 줄고 작업 연속성이 올라갔습니다.

학습과 공정 자율화, 두 방향으로의 동시 확장

디든로보틱스의 모델 기반 제어 프레임워크는 두 방향으로 동시에 확장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학습을 얹고, 적용 산업을 넓혀 가는 방향입니다. 모델 기반 제어가 먼저 동작을 만들면, 강화학습이 그 동작을 따라 하며 익히고(모션 추종 강화학습), 그다음 단계에서 더 효율적인 동작을 스스로 찾아 나갑니다(Off-policy 강화학습). 동작을 만들고 그 위에 학습을 얹는 이 두 단계 구조는 사족 보행 로봇에서 이미 검증을 마쳤고, 지난 Locomotion 편 아티클에서 그 과정을 자세히 다뤘습니다. 같은 방식이 이족 보행 플랫폼에서는 시뮬레이션 단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 같은 자석발과 같은 제어 스택은, 조선소에서 검증한 토대를 바탕으로 다른 산업 현장으로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방향은 계층 제어 구조로의 확장입니다. 모델 기반 제어는 디든로보틱스 제어 스택에서 가장 짧은 단위의 저수준 제어를 맡습니다. 그 위로 태스크와 시나리오가 쌓이면 산업 현장의 공정 자율화로 이어집니다.

산업 현장을 위한 피지컬 AI 기업으로서, 디든로보틱스는 학습이 따라갈 길을 수학으로 먼저 그려 두는 일에서 시작해, 그 위에 학습과 자율화를 얹어 가고 있습니다.

See how our robots
bring these capabilities to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