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자기 위치를 찾는 법

산업 현장은 GPS도, 뚜렷한 특징점도 없는 환경이다. 디든로보틱스는 선박의 CAD 도면을 기준 지도로 사용해 로봇의 위치와 방향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설계 단계부터 존재하는 CAD는 조립 중인 블록과 취항 중인 선박 모두에서 유효하며, 시뮬레이션과 실환경 양쪽에서 검증을 마쳤다. 산업 현장을 위한 Physical AI 기업 디든로보틱스의 네비게이션 상태추정 파이프라인 이야기.

CAD 기반 실시간 상태추정 — 시뮬레이션 테스트

어두운 강철 격벽 사이, 디든로보틱스의 로봇이 멈춰 섭니다. 주변은 전부 비슷한 모양의 보강재가 반복되는 선박 내부. 로봇이 한 발을 내딛기 전에,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고,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가.”

이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기술이 state estimation, 상태 추정입니다.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perception, state estimation, locomotion control) 중 두 번째 축이자, 주변을 인식한 로봇이 다음 발을 내딛기 전에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입니다.

1편 ‘로봇의 눈을 만드는 법’이 perception, 즉 로봇이 주변을 ‘보고’ 이해하는 단계를 다뤘다면, 이번 편은 그 눈으로 본 세상 안에서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찾아내는 단계입니다.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는 법

사람에게는 눈을 감았다 떠도 금방 아는 질문이지만, 로봇에게는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입니다. 걸어온 보폭(encoder), 관절 각도(IMU), 카메라·레이저 센서로 본 주변 형상—어떤 정보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닥이 미끄러지면 보폭 계산이 틀어지고, 센서 노이즈가 끼면 관측값도 흔들립니다. 

결국 로봇은 여러 불확실한 정보를 섞어 가장 그럴듯한 값을 추정해야 합니다. '정답 위치'를 알아내는 게 아니라, 관측과 예측을 종합해 실제에 가장 가깝게 근사한 추정치를 찾는 일입니다. 이 과정이 state estimation, 상태 추정입니다.

선박 내부라는 극한 환경

일반 실내 환경이라면 해법이 이미 많이 존재합니다. GPS, 벽면의 특징점, 천장의 마커. 그런데 디든로보틱스의 로봇이 들어가는 산업 현장은 그런 편의가 통하지 않습니다.

선박의 내부를 떠올려 보면 됩니다. 외부 신호가 차단된 강철 구조물. 격벽과 보강재가 반복되어, 한 구역과 옆 구역이 육안으로도 거의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조선소에서 조립 중인 블록이라면 용접 불꽃과 먼지, 흔들리는 구조물이 센서 노이즈를 만들어내고, 취항 중인 선박이라면 진동과 조명 변화, 좁고 복잡한 통로가 발목을 잡습니다.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여기는 A 구역, 저기는 B 구역”을 로봇이 스스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 주변 형상만 봐서는 두 구역이 거의 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징점에 의존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CAD 도면을 로봇의 지도로 쓴다

디든로보틱스는 발상을 뒤집었습니다. 센서로 지도를 새로 만들지 말고, “이미 존재하는 설계 도면을 지도로 쓰자”는 접근입니다.

선박은 태생적으로 이 전략에 유리한 대상입니다. 설계 단계부터 정밀한 3D CAD가 존재하고, 이 도면은 블록이 제작되는 순간뿐 아니라 선박이 완공되어 운항하는 동안에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이 CAD를 그대로 로봇의 기준 지도로 삼으면, 로봇은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미 “정답지”를 들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파이프라인은 단순합니다. 로봇에 장착된 센서가 주변을 실시간으로 스캔해 포인트 클라우드를 만듭니다. 그 스캔 데이터를 사전에 확보한 CAD 지도와 비교합니다. 두 형상이 가장 잘 겹치는 자세를 찾아내면, 그것이 로봇의 현재 위치와 방향입니다. 

CAD 기반 실시간 상태추정 — 시뮬레이션 테스트

하드웨어 없이도 알고리즘을 돌린다

여기서 디든로보틱스의 개발 전략 하나를 덧붙여야 합니다. 센서 데이터셋을 사전 녹화해 재현 가능한 형태로 확보해 둔 것입니다.

실제 로봇을 한 번 구동해 실험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하드웨어를 세팅하고, 환경을 준비하고, 안전을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알고리즘을 수십 번 바꿔 가며 실험하기에는 너무 느립니다.

그래서 디든로보틱스는 실험 환경에서 원시 센서 데이터를 사전에 녹화해 데이터셋으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로봇 본체부터 센서 구성까지 전부 자체 설계·개발한 팀이기 때문에, 어느 센서를 어떤 조건으로 녹화할지까지 내부에서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셋 위에서는 알고리즘을 바꿔도 하드웨어를 다시 돌릴 필요가 없습니다. 녹화된 데이터를 재생하면 같은 상황이 그대로 재현됩니다. 개발자는 알고리즘만 교체해 비교 실험을 반복하고, 물리적 셋업에 드는 시간이 사라진 만큼 개발 사이클이 단축됩니다.

사전 녹화한 실환경 센서 데이터셋 재현 결과

사전 녹화한 실환경 센서 데이터셋 재현 결과

시뮬레이션을 넘어 실환경까지

알고리즘은 먼저 시뮬레이션에서 검증했습니다. 가상의 블록 환경 안에서 로봇의 궤적을 다양하게 설정하고, CAD 기반 상태추정이 어느 정도의 오차로 실제 궤적을 따라가는지 측정했습니다. 시뮬레이션에서의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실환경 테스트로 넘어갔습니다.

CAD 기반 상태추정 실환경 테스트

CAD 기반 상태추정 실환경 테스트

실환경 테스트에서는 실제 블록 구조물 안을 로봇이 이동하며 상태추정이 동작하는지 확인했습니다. 시뮬레이션에서 설계한 파이프라인이 실제 물리 세계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내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센서 스캔과 CAD의 매칭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로봇이 움직이는 동안 추정이 끊기지 않고 유지되는지를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시뮬레이션과 실환경 양쪽에서 동작이 확인되었다는 것은, 이 파이프라인이 더 이상 연구실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디든로보틱스의 로봇은 이미 국내 주요 조선소의 블록 내부에서 실제 용접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에 와 있으며, 그 모든 작업은 로봇이 자기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다음 진화: 초기 위치까지 AI가 스스로 찾는다

파이프라인은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버전에는 한 가지 수동 단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봇이 CAD 지도 위 어디쯤에서 출발하는지 초기 위치를 사용자가 먼저 알려주는 과정입니다. 대략적인 출발점만 주어지면 그다음부터는 로봇이 스스로 위치를 유지해 가는데, 이 시작점 입력까지 AI가 대신 처리하는 방향으로 파이프라인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 진화의 핵심이 AI 기반 전역 위치추정입니다. 로봇이 아무 정보 없이 현장에 놓여도, 주변을 한 번 스캔하는 것만으로 자기가 CAD 지도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스스로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CAD 기반 상태추정을 완전한 자동 운용으로 확장하는 다음 단계입니다.

AI 기반 전역 위치추정

AI 기반 전역 위치추정

Real-world Dataset도 같은 방향으로 확장됩니다. 지금까지는 알고리즘 실험용이었지만, 앞으로는 현장에서 쌓이는 센서 데이터가 매핑 모델 자체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 현장에서 데이터가 쌓일수록 모델도 함께 정교해지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CAD와 현장을 실시간으로 잇는다는 것

State estimation은 로봇이 움직이고 작업하는 데 필요한 기본 좌표계입니다. 설계 도면과 실제 현장을 실시간으로 동기화한다는 것은 단순한 위치 파악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도면 위의 작업 포인트가 현장의 실제 위치와 정확히 매칭되어야, 로봇이 도면을 읽고 공정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소에서 Spider가 블록 내부의 용접 포인트를 찾아가는 것도, 같은 CAD 기반 좌표계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설계 도면이 존재하는 산업 현장이라면, 같은 접근을 확장해 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Perception이 만든 로봇의 눈에 이어, state estimation이 로봇에게 자기 위치에 대한 감각을 부여합니다. 하드웨어 설계부터 환경 인식, 자기 위치 추정까지 전 스택을 자체 역량으로 쌓아 올리는 것이, 산업 현장을 위한 Physical AI 기업 디든로보틱스가 현장에서 작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두 축 위에서 비로소 한 발을 내딛는 로봇의 보행 제어(Locomotion)를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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