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 시도해 백 번 성공하는 로봇을 만드는 사람들, 디든로보틱스 신영하 COO 인터뷰

디든로보틱스 공동창업자 신영하 COO가 개 형태에서 거미 형태로 바뀐 디든 스파이더, 직접 만드는 구동기, 현장의 로봇이 백 번 중 백 번 성공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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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서는 열 번 중 다섯 번만 성공해도 가능성을 인정받아요.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로봇은 백 번 시도하면 아흔아홉 번, 백 번은 성공해야 합니다."

디든로보틱스 하드웨어를 이끄는 신영하 COO가 인터뷰 내내 '신뢰성'을 강조한 이유입니다. 디든 스파이더의 형태를 바꾼 것도, 구동기를 직접 만들기로 한 것도 결국 현장에서 매번 똑같이 작동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신영하 COO는 디든로보틱스의 공동창업자이자 하드웨어 부문장입니다. KAIST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휴보랩*의 박해원 교수** 연구실에서 보행 로봇의 하드웨어를 설계했습니다. 연구실 시절 설계한 사족보행 로봇 HOUND는 100 m 달리기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휴보랩: 2004년 국내 최초의 이족보행 로봇 휴보(HUBO)를 만든 오준호 KAIST 교수의 연구실에서 출발했다. 2015년 미국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했다.
**박해원 교수: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이자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장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CAREER 상(2018)을 받았고, 자석발 보행 로봇 MARVEL 연구로 Science Robotics(2022) 표지를 장식했다. 현재 디든로보틱스 CSO를 맡고 있다.

디든 스파이더가 개 형태에서 거미 형태로 바뀐 과정, 구동기를 구매해 쓰려다 직접 만들게 된 이유, 현장에 나가서야 알게 된 것까지. 마지막으로는 디든로보틱스의 하드웨어 팀이 어떤 엔지니어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로봇도 설계하고, 회사도 설계하는 사람

Q. 디든로보틱스에서 어떤 일을 맡고 계신지 소개해 주세요.

공동창업자이자 COO, 그리고 하드웨어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연구실에서 보행 로봇의 하드웨어 개발과 제어를 했는데, 그중에서도 기구 설계에 강점이 있어서 디든 스파이더의 초기 설계를 맡았습니다. 지금은 구성원들이 그 설계를 이어받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부문장으로서는 기구팀과 전장팀이 어떤 기술 방향으로 가는지, 두 팀이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주로 확인합니다. 

요즘은 특히 COO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 같아요. COO의 일을 한 줄로 정리해 보면,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조직 전체가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업무라고 생각해요. 회의 방식과 빈도, 팀원 온보딩 같은 일 역시 여기에 포함됩니다.

Q. 로봇공학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부터 로봇에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수학을 잘해서 과학고에 갔고, 물리 성적이 잘 나와서 KAIST 기계공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할 때쯤 대학원에 가기로 했는데, 어느 분야를 고를지 바로 정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반대로 맞지 않는 분야를 하나씩 지워 나갔더니 결국 로봇이 남았어요. 로봇은 결과가 눈에 가장 잘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니, 좋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휴보랩에 들어갔습니다. 돌이켜 보면 학부 때 자동차를 만드는 동아리에서 하드웨어를 맡아 처음 직접 무언가를 만들면서 재미를 느낀 적이 있어요. 로봇도 하다 보니 더욱 좋아지더라고요. 저는 어떤 환경에 놓여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는 편인데, 마침 저에게 주어진 환경이 로봇이었던 거죠.


자력을 순간적으로 켜고 끌 수 있는 디든 스파이더의 자석발. 출처: 디든로보틱스 홈페이지
▲ 자력을 순간적으로 켜고 끌 수 있는 디든 스파이더의 자석발. 출처: 디든로보틱스 홈페이지

개에서 거미로 진화한 사족보행 로봇

Q. 공동창업자로서 디든로보틱스를 시작할 때는 어떤 생각이셨나요?

저는 원래 창업을 꼭 하고 싶었어요. 주변에 창업한 사람이 많아서 낯설지 않았거든요.

2022년 하반기, 같은 연구실의 엄용 님*이 자석발 연구로 논문을 쓰셨고, 이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제품 아이디어도 떠올렸지만, 좋은 로봇이 이미 연구실에 있는데 굳이 다른 걸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제가 연구실에서 설계한 사족보행 로봇 HOUND**가 있었고, 그래서 HOUND에 자석발을 붙여 철제 벽을 오르는 로봇을 만들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엄용: 디든로보틱스 공동창업자 4인 중 한 명으로, 현재 신기술연구팀 팀장을 맡고 있다.
**HOUND: 신영하 COO가 박해원 교수 연구실에서 설계해 ICRA 2022에 제1저자로 발표한 사족보행 로봇이다. 2026년 7월에는 HOUND를 활용한 연구가 Science Robotics 표지를 장식했다.

그래서 이 콘셉트로 KAIST 학생 창업 프로그램인 E*5 KAIST*에 나갔고, 약 3개월을 준비해 우수팀(2위)으로 선정됐습니다. 투자 연락도 오고 시장 조사를 해 보니 제대로 해 볼 만하다는 판단이 섰어요.

*E*5 KAIST: KAIST 창업원이 2012년부터 운영해 온 KAIST의 대표 학생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Q. 처음 구상한 로봇은 지금의 디든 스파이더와 어떻게 달랐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에는 HOUND에 자석발을 붙이는 콘셉트였어요. 초창기에는 엄용 님이 KAIST 연구실에서 연구하던 소형 사족보행 로봇 MARVEL*로 실험을 많이 했는데, 이 로봇 역시 개 형태였습니다.

*MARVEL: 박해원 교수 연구실의 벽면 등반 사족보행 로봇으로, 엄용 팀장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철제 수직 벽을 초속 70 cm로 오르고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걸을 수 있으며, 이 연구는 Science Robotics 2022년 12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철제 기둥을 오르는 MARVEL. 출처: KAIST DRCD Lab 유튜브
▲ 철제 기둥을 오르는 MARVEL. 출처: KAIST DRCD Lab 유튜브

그런데 실험을 해 보니 개 형태로는 벽에서 몸을 돌릴 때 문제가 생겼어요. 사족보행 로봇에는 관절 구동기가 열두 개 있는데, 벽을 타고 지면에서 수직 방향으로 올라갈 때는 그중 여덟 개가 몸통을 지탱합니다. 하지만 몸이 옆으로 돌아간 자세에서는 네 개만 몸통을 지탱하게 돼요. 또 발바닥이 벽면과 평행하게 붙지 않으면 로봇이 뒤집히는 경우도 있었고요.

거미 형태는 몸통이 안쪽에 있고 다리가 바깥으로 뻗어 있어서, 몸이 벽에 바짝 붙고 발도 벽면과 거의 평행하게 닿습니다. 이런 실험 경험에 더해, 연구용으로 거미 형태를 시도한 사례들도 살펴본 끝에 벽을 오르는 데는 이 형태가 훨씬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처음 콘셉트와 비교하면 형태만 바뀌었고, 자석발로 벽을 오르는 사족보행이라는 핵심은 그대로입니다.


▲ 벽면에서 개 형태(왼쪽)와 거미 형태(오른쪽)를 비교한 그림. 위는 몸을 옆으로 돌릴 때 몸통을 지탱하는 구동기의 차이, 아래는 발이 벽면에 닿는 각도의 차이를 보여 준다. 출처: 디든로보틱스
▲ 벽면에서 개 형태(왼쪽)와 거미 형태(오른쪽)를 비교한 그림. 위는 몸을 옆으로 돌릴 때 몸통을 지탱하는 구동기의 차이, 아래는 발이 벽면에 닿는 각도의 차이를 보여 준다. 출처: 디든로보틱스

크기도 문제였어요. 벽을 오르는 로봇이 현장에서 일을 하려면 작업에 쓸 장비를 등에 싣고 다닐 수 있어야 해요. 등에 질 수 있는 무게가 곧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정하는 셈이죠. 그런데 MARVEL은 자체 중량이 10 kg이 안 되는 작은 로봇이라, 등에 질 수 있는 무게가 3 kg 안팎이에요. 작은 카메라를 얹어 감시나 정찰을 하는 용도로만 활용할 수 있었죠.

그러다 조선소에서 용접에 로봇을 쓰려는 수요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조사해 보니 현장에 로봇팔을 들이려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어요. 문제는 용접용 로봇팔의 무게가 십여 kg에 이른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무게를 등에 싣고 움직이려면 훨씬 큰 로봇이 필요했죠. 그래서 MARVEL이 아니라 HOUND를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HOUND 크기의 몸에 거미 형태의 다리와 자석발을 더한 것이 디든 스파이더의 초기 형태예요. 이때 잡은 기본 형태가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동기를 직접 만들기로 결정한 이유

Q. 형태와 크기를 정한 뒤에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풀어 오셨나요?

저는 저희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기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건 대부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기 때문이거든요. 개 형태에서 지금의 거미 형태로 바뀔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에요. 벽에서 몸을 돌리면 몸통을 지탱하는 구동기가 네 개로 줄어든다는 점, 발바닥이 벽면에 평행하게 붙지 않으면 로봇이 뒤집힌다는 점을 정확히 짚었기 때문에 형태를 바꿔 해결할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나온 요구도 마찬가지예요. 로봇은 자석발을 켠 상태로 걸어야 몸이 한쪽으로 쏠려도 넘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로봇을 쓰는 분들은 발이 제대로 붙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셨어요.

이 이야기를 듣고 발에 LED를 달아서 자석발이 잘 붙었는지 바로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고객의 요구를 듣고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게 되면 바로 설계에 반영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 왔어요.

Q. 로봇 부품은 사서 쓰는 경우도 많은데, 처음부터 구동기를 직접 만들 계획이었나요?

역설적이게도, 디든 스파이더를 처음 설계할 때 구동기를 직접 만들지 말자고 가장 먼저 강하게 주장한 사람이 저였어요. 연구실에서 구동기 설계를 많이 해 왔는데도 그랬습니다.

식당을 하려는데 쌀농사부터 지을 필요는 없지 않냐, 쌀은 사다 쓰자는 생각이었죠. 이미 로봇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해서 구동기를 파는 회사가 많았고, 비용 면에서도 사다 쓰는 쪽이 유리해 보였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해외 업체 두세 곳의 구동기를 사서 써 봤어요. 그런데 로봇이 걷다가, 발은 바닥에 그대로 붙어 있는데 어깨 쪽 구동기가 쑥 뽑혀 버리는 일이 생겼어요. 관절도 단단히 버티지 못하고 힘없이 휘청거렸고요. 이럴 바에는 직접 만드는 편이 훨씬 낫겠다고 판단해 그때부터 구동기를 자체 제작했고, 그 이후로는 그런 문제가 거의 없었어요. 하드웨어를 해 본 로봇 엔지니어라면 대부분 공감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 왼쪽은 해외 업체 구동기를 단 초기 기체가 걷다가 무너지는 모습, 오른쪽은 자체 제작 구동기를 단 지금의 디든 스파이더가 철판 벽에 붙어 걷는 모습. 출처: 디든로보틱스

Q. 구동기는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근육 같은 부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직접 만든 구동기는 무엇이 다른가요?

구동기의 실제 성능은 공차를 얼마나 정밀하게 잡았는지, 부품을 어떻게 접합했는지, 어떤 소재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같은 요소가 모두 맞아야 나와요. 이런 내용은 도면에 다 담기지 않고, 분해해 본다고 해서 그대로 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희는 연구실 시절부터 정말 많이 부숴 보면서 이런 경험을 쌓았어요.

디든 스파이더를 예로 들면, 30 kg을 등에 지고 최악의 경우 발 세 개만 붙은 상태에서도 몸을 버텨야 해요. 계산해 보니 1 kg 안팎의 모터만으로는 힘이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감속기로 힘을 키웠는데, 자석발이 붙었다 떨어질 때마다 강한 충격이 자주 오기 때문에 충격에 강하고 구조가 단순해 유지보수도 쉬운 유성기어 방식을 골랐어요.

그중에서도 저희는 큰 힘을 내는 구동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용도에 따라 빠른 회전이 중요한 구동기도, 효율이 중요한 구동기도 있잖아요. 저희 로봇은 무거운 짐을 지고, 조금 느리더라도 안정적으로 이동해서 작업하는 게 핵심이에요.

이를 수치로 보여 주는 대표 지표 가운데 하나가 최대 토크 밀도예요. 구동기 무게 1 kg당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 회전력을 뜻하는데, 저희 구동기는 194 N·m/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디든로보틱스가 자체 설계·제작한 구동기. 출처: 디든로보틱스 홈페이지
▲ 디든로보틱스가 자체 설계·제작한 구동기. 출처: 디든로보틱스 홈페이지

열 번 중 다섯 번이 아니라, 백 번 중 백 번

Q. 연구실의 로봇과 현장에서 일하는 로봇은 무엇이 다른가요?

가장 크게 느끼는 차이는 신뢰성이에요. 연구실에서는 촬영을 열 번 해서 다섯 번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게 목적이니까요.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쓰려면 백 번 시도했을 때 아흔아홉 번, 백 번은 성공해야 해요. 세 번 잘 되다가 네 번째에 실패하면 안 됩니다. 오래 작동해도 같은 동작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반복하는가, 이게 신뢰성이고 요즘 제가 많이 느끼는 중요한 단어예요.

현장에 가야만 알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사내에 만든 실험용 블록은 여러 장의 철판을 용접하거나 고정하지 않고 가장자리끼리 맞닿게 나란히 놓은 형태였어요. 그런데 실제 조선소에서는 철판을 용접해 이어 붙이기 때문에, 이음매마다 '용접 비드'라고 부르는 울퉁불퉁한 돌출부가 생깁니다. 현장에 있는 로봇이 이동을 하다가 이 용접 비드에 걸려 균형을 잃는 문제가 생겼죠. 그래서 기존의 제어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 기반 강화학습을 활용한 보행 제어 기술을 적용하고 있어요.

반대로 현장이 더 나은 경우도 있었어요. 연구실 철판은 거울처럼 매끈해서 빛을 그대로 반사하는 바람에 비전 센서가 표면을 잘 인식하지 못했거든요. 반면 현장 철판은 녹 방지 처리로 표면이 거칠어서 오히려 인식이 잘 됐습니다. 이처럼 환경이 정말 많이 달라요.

일의 80%는 조립하고 분해하는 일

Q. 하드웨어 부문에는 어떤 엔지니어들이 있나요? 채용할 때는 무엇을 보시나요?

제가 주로 보는 기준은 허슬 플레이와 원활한 의사소통입니다. 특히 하드웨어는 궂은일을 잘해야 해요. 이건 제가 연구실에 있던 시절부터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해요.

하드웨어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로봇을 설계하고 도면을 그리고 3D로 렌더링하는 멋진 일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연구실 시절부터 늘 하던 말처럼, 실제 일의 80%는 조립하고 분해하고 수리하는 일입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은 20% 정도이거나 그보다 적어요.


디든 스파이더 초기 모델을 점검하는 모습. 출처: 디든로보틱스
▲ 디든 스파이더 초기 모델을 점검하는 모습. 출처: 디든로보틱스

이런 일을 '꼭 내가 해야 하나' 싶은 일로 여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일은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습니다. 구조를 이해하고 조립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볼트 하나 풀리는 것 같은 데서 분명히 차이가 나거든요.

처음 만나는 지원자라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만들어 봤는지를 봐요. 어떤 분의 개인 프로젝트를 보면 결과물만 봐도 얼마나 많이 조립하고 고생했는지가 드러나요. 그런 분들 위주로 모셨고, 이 기준은 전장팀도 같습니다.

Q. 하드웨어 팀과 소프트웨어 팀은 어떻게 함께 일하나요?

연구실에서는 영역이 애매했어요. 저도 설계를 하다가 제어도 했으니까요. 회사에서는 업무 분담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로봇 한 대를 만드는 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한 사람이 모두 맡을 수가 없거든요.

소프트웨어 팀과는 주로 어떤 사양의 부품을 쓸지를 함께 정해요. 어떤 알고리즘을 돌릴지에 따라 로봇 안에 넣을 연산 장치의 크기가 달라지거든요. 큰 장치를 쓰면 연산 능력은 늘지만 로봇 안에 넣기 어렵고, 작은 장치를 쓰면 소프트웨어 쪽에서 알고리즘을 더 최적화해야 합니다. 로봇을 제어하다가 다리끼리 부딪히니 다리를 조금 줄여 달라는 요청이 오기도 하고요.

연산할 것이 많아 연산 장치를 더 넣어 달라는 요청이 오면, 발열과 공간, 유지보수까지 따져서 하드웨어 쪽에서 어디까지 가능한지 먼저 정해요. 그다음 소프트웨어 쪽에서 최대한 맞추는 방향으로 갑니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정하지는 않아요. '그 방식은 어려우니 이렇게 하면 어떠냐'는 식으로 계속 조율합니다.

저희 장점 중 하나는 대화를 정말 많이 한다는 거예요. 위에서 결정을 내리고 끝내는 곳도 있지만, 저희는 서로의 요구를 계속 물어보고 파악합니다. 좋게 보면 소통이 원활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거고, 달리 보면 결정이 조금 늦어 보일 수도 있죠. 그래도 저희는 대화를 많이 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계속 맞춰 나가는 쪽을 택하고 있어요.


사내에서 직접 설계하는 전장 회로와 기판. 출처: 디든로보틱스 홈페이지
▲ 사내에서 직접 설계하는 전장 회로와 기판. 출처: 디든로보틱스 홈페이지

Q. 디든로보틱스에 관심 있는 엔지니어가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시겠어요?

얼마 전 진로를 고민하는 주니어 구성원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성장하려면 주변 환경, 특히 곁에 잘하는 사람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제 경험도 그랬어요. 연구실에서 선배들이 쌓아 온 설계 정보를 빠르게 익혔지만, 그중에는 맞지 않는 정보도 있었습니다. 베어링을 끼우는 구멍의 공차가 대표적이었어요. 배운 대로 구멍을 베어링보다 아주 조금 크게 잡았더니, 로봇이 움직일 때마다 베어링이 구멍 안에서 미세하게 놀면서 계속 덜컹거렸거든요.

그러다 해외에서 연구하신 다른 선배님께 전혀 다른 접근 방법을 배웠어요. 구멍을 베어링보다 아주 조금 작게 잡아서 꽉 끼워 넣어야 한다는 거였죠. 처음에는 상식과 반대라 의아했는데, 그렇게 바꾸자 덜컹거림이 사라졌습니다. 더 공부해 보니 그쪽이 표준 규격이었고요. 누가 곁에 있느냐에 따라 성장 속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걸 그때 느꼈어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훌륭한 사람들 곁에서 계속 배워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든로보틱스에는 국내 로봇 연구를 이끌어 온 연구실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적어도 성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연구실에서는 알 수 없던 현장의 차이를 몸으로 직접 부딪혀 가며 겪어 보는 시간이 정말 값지다고 생각해요. 로봇을 안정화하려면 하드웨어를 직접 많이 다뤄 봐야 하는데, 이건 아직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영역이거든요. 디든로보틱스는 로봇을 실제 현장에 들이는 회사라, 그런 경험을 하며 배울 수 있는 것이 정말 많습니다.

스파이더에서 휴머노이드로 이어지는 기술

Q. 요즘 로봇 업계는 휴머노이드에 특히 주목하고 있죠. 디든로보틱스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요?

로봇의 형태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이동이냐 작업이냐라고 생각해요. 사족보행 로봇은 네 발 달린 책상 같아서 밀어도 잘 넘어지지 않아요. 안정적으로 이동하는 데 강하죠. 휴머노이드는 사람과 같은 형태라 사람에게 맞춰 만든 의자나 손잡이, 드릴 같은 도구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강점이 있고요.

저희는 이동 능력부터 다졌습니다. 로봇이 작업할 자리까지 스스로 이동하는 능력이 가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장이 어디일지 고민했고, 조선소 용접 현장이 바로 그런 곳이었어요.

디든 워커와 디든 휴머노이드도 같은 출발점에서 만들고 있어요. 두 로봇 모두 산업 현장에서의 이동을 먼저 생각하고 설계했습니다. 디든 스파이더는 무게중심이 낮고 네 발로 넓게 지탱하기 때문에, 무거운 장비를 훨씬 안정적으로 옮길 수 있어요. 디든 워커는 사람과 비슷한 형태라 사람 허리 높이에 있는 액세스홀(Access Hole)을 훨씬 빠르게 넘을 수 있고, 디든 휴머노이드는 사다리나 계단처럼 사람에 맞춰 만든 구조를 오르내리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작업에 대해서도 기준은 같아요. 현장에서 쓰는 로봇은 정교함만큼 내구성이 중요합니다. 툭 쳤을 때 쉽게 부러지지 않아야 하죠. 꼭 사람 손만큼 정교하지 않아도, 필요한 만큼의 자유도를 갖춘 그리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작업도 많고요.

디든 스파이더를 만들며 쌓은 기술은 형태가 바뀌어도 이어집니다. 철판에 붙어 걷는 자석발은 디든 워커에도 들어가는 공통 기반이에요. 구동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무거운 하중과 잦은 충격을 견뎌야 하는 다리에는 같은 이유로 같은 구동기를 쓰고, 디든 휴머노이드는 손을 제외한 구동기를 모두 직접 개발하고 있어요. 현장에서 오래 버티게 만드는 신뢰성의 기준도 똑같이 적용합니다.

로봇이 휴대폰처럼 누구나 믿고 쓰는 제품이 되려면

Q. 바쁜 와중에도 이 일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 즐겁습니다.

대기업에 간 선배들을 보면 원래 하던 일과 다른 일을 맡는 경우가 많아요. 코딩만 하던 선배가 설계를 맡기도 하고요. 선배들은 '박사는 프로젝트를 열고 닫을 줄 아는 사람이니 하던 일만 계속하길 기대하긴 어렵다'고 받아들이더라고요. 저는 해 온 일을 깊게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로봇을 만들어 현장에 들이는 일을 생각하면, 어릴 때 탔던 놀이기구와 휴대폰이 떠올라요. 어릴 때는 놀이기구를 타면 절대 사고가 나지 않을 거라고 믿어서 하나도 무섭지 않았거든요. 휴대폰도 버그가 없는 완벽한 제품인 줄 알았고요. 

그런데 자라고 보니 놀이기구도 휴대폰도 결국 저 같은 사람들이 설계하고 만든 제품이었어요. 그리고 지금 제가 만드는 로봇도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고요. 로봇 역시 놀이기구나 휴대폰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그 과정을 밟아 가는 중이지만, 결국 현장에서 의심 없이 믿고 쓰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디든 스파이더로 시작한 그 일이 이제 디든 워커와 디든 휴머노이드로 이어지고 있어요. 언젠가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저희 로봇을 휴대폰처럼 당연하게 곁에 두고 쓰는 날이 오면, 그게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보람일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디든 스파이더, 디든 워커, 디든 휴머노이드. 출처: 디든로보틱스 홈페이지
▲ 왼쪽부터 디든 스파이더, 디든 워커, 디든 휴머노이드. 출처: 디든로보틱스 홈페이지

신영하 COO의 이야기는 하나의 기준으로 모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면 풀 수 있고, 현장에서 일하는 로봇은 백 번 시도해 백 번 성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 형태에서 거미 형태로 바뀐 디든 스파이더, 사서 쓰려다 직접 만들게 된 구동기, 현장에서 마주한 용접 비드 문제와 자석발 LED까지 모두 그 기준에서 나왔습니다.

디든로보틱스 하드웨어 팀은 직접 많이 만들어 본 경험이 있고, 조립과 분해 같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동료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답을 찾는 엔지니어와 함께하고 싶어 합니다. 현장에서 믿고 쓰는 로봇을 함께 만들고 싶다면 디든로보틱스 채용 페이지에서 지금 열려 있는 포지션을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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